정부가 중동 정세 악화로 인한 유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석유제품 가격 상한제 도입을 추진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9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석유사업법에 근거해 이번 주 안에 최고가격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시 제정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중동 상황으로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석유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마련됐다.
유가 상승 원인 점검
김 실장은 이날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석유제품 가격 안정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89원, 경유는 1910원을 기록했다.
중동 사태 이후 수입 물량이 아직 국내에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배경에 대해 정부는 원인 분석과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 실장은 “정유사와 주유소가 가격을 올릴 때는 빠르게 반영하지만 내릴 때는 늦게 반영되는 가격 비대칭 현상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담합·탈세 등 시장 교란 점검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과 함께 시장 질서 점검도 강화할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등을 중심으로 정유사 담합 여부와 주유소 가격 결정 구조에 대한 조사, 세무 검증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또 가짜 석유 유통 등 불법 행위 단속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유류세 인하 확대 검토
김 실장은 “대통령이 유류세 인하 폭 확대와 소비자 직접 지원 등 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 완화 방안을 폭넓게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추가 정책도 검토하고 있다.
석유·가스 수급 대응 점검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에너지 수급 대응 방안도 함께 점검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원유 비축량은 약 1억9000만 배럴로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 약 208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위기 상황에 대비해 산유국과 공동 비축 중인 2000만 배럴에 대해서도 우선 구매권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 석유공사의 해외 생산 물량을 국내로 전환하고 중동 외 지역으로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가스의 경우 중동 의존도가 약 14% 수준으로, 일부 카타르산 물량 차질 가능성이 있으나 대체 공급 확보를 통해 수급 불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금융시장 대응도 준비
정부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대응책도 논의했다.
김 실장은 “정부는 최근 주가와 환율 등 금융시장 지표가 국내 경제 기초 여건 대비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필요할 경우 100조 원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상황에 따라 추가 확대도 검토할 계획이다.
또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관련 세법 개정안과 한미 전략투자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국민연금의 새로운 투자 체계도 마련할 방침이다.
비상경제 대응체계 강화
정부는 중동 정세 대응을 위해 관계기관 합동 대응반의 책임자를 차관급으로 격상하기로 했다.
경제부총리 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도 ‘비상경제 관계장관회의’ 체제로 전환해 상황 대응을 강화할 예정이다.
김 실장은 “현재 중동 위기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주요 국가들이 동시에 직면한 문제”라며 “정부는 이번 위기를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계기로 만들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 변동은 국내 물가와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고가격제 도입과 시장 점검이 실제 유가 안정과 소비자 부담 완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정책 효과가 주목된다.
[비즈데일리 장대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