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보분석원(FIU)이 2026년을 목표로 자금세탁방지(AML) 체계를 전면 업그레이드한다. 중대 민생범죄와 초국가범죄에 대한 대응력을 끌어올리고, 가상자산·스테이블코인 등 신(新)금융 환경에 맞춘 제도 보완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 2026년 AML 로드맵 공개…“25년 제도, 이제는 고도화”
금융정보분석원은 2월 5일 ‘AML/CFT 정책자문위원회’를 열고 **‘2026년 자금세탁방지 주요 업무 수행계획’**을 논의·발표했다.
이형주 원장은 “특정금융정보법에 기반한 자금세탁방지 제도가 도입된 지 25년이 지났고, 초국가범죄·가상자산 확산 등 새로운 위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현행 체계를 한 단계 끌어올릴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 4대 핵심 과제…민생·초국가범죄부터 글로벌 정합성까지
FIU는 2026년까지 ▲중대 민생범죄·초국가범죄 대응 강화 ▲가상자산 자금세탁 방지체계 보완 ▲금융회사 AML 역량 제고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 개선 등 4대 과제를 중점 추진한다.
2001년 설립 이후 FIU는 의심거래보고(STR) 분석과 수사기관 정보 제공을 통해 성과를 축적해 왔고, 2021년에는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와 트래블룰 법제화라는 성과도 거뒀다. 다만 현금·가상자산을 활용한 범죄가 늘고, 분석 인프라가 노후화되며 제도적 한계도 분명해졌다는 평가다.
■ 범죄자금 ‘선제 동결’…의심계좌 정지제도 도입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범죄자금의 신속 동결·환수다. FIU는 마약·도박·테러자금 등 중대 민생침해범죄에 대해 수사기관 요청 시 계좌를 즉시 정지할 수 있도록 ‘의심계좌 정지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을 추진한다.
아울러 테러·핵확산 관련자로 한정됐던 금융거래 제한 대상도 국제 범죄조직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테러자금금지법’에 반영할 방침이다.
■ AI·전문분석 강화…STR 분석 체계 고도화
의심거래정보 분석 역량도 대폭 강화된다. 현안 범죄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전략분석팀 상설화, 심사분석 시스템의 AI 도입, 가상자산 분석도구(체이널리시스) 도입과 전문 교육 확대가 추진된다.
또한 국제 공조를 위해 역내 협력체계를 상시화하고, 각국 연락관 지정과 공동 대응을 통해 일회성 협력을 넘어선 지속적 공조 모델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 가상자산·스테이블코인 규율 강화
가상자산 분야에서는 트래블룰 적용 범위를 국내 거래소 간 100만 원 미만 거래까지 확대하고, 수신 거래소에도 정보 확보 의무를 부과한다. 개인지갑·해외 거래소와의 거래는 저위험 거래 중심으로 제한해 투명성을 높인다.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대비해 발행업자에게도 금융회사에 준하는 AML 의무를 부과하고, 개인지갑·해외사업자와의 거래에는 위험기반 접근에 따른 관리 조치를 적용할 예정이다. 영세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해서는 선제 점검과 경영 개선을 유도하고, 위반 시 엄정 제재한다.
■ 금융회사 책임 강화…임원 책임·평가 의무화
금융회사 AML 책임성도 높아진다. 특금법상 보고책임자를 임원급으로 명확화해 최고경영진의 관리 책임을 강화하고, 분산돼 있던 업무지침 규정을 통합 정비한다.
연 2회 자율 참여였던 AML 제도이행평가는 의무화되고, 허위자료 제출이나 거부 시 제재 근거도 마련된다. 검사·제재는 위험기반 접근을 내실화해 고위험 회사에는 엄정 제재, 저위험 회사에는 동의명령제 도입을 검토한다.
■ FATF 기준 대응…실소유자·전문직 AML 도입
국제 기준 대응도 본격화된다. 유령·위장법인 차단을 위해 법인의 실제소유자(BO) 정보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FIU가 보유한 STR 정보를 활용한 데이터베이스를 단계적으로 개방·검증한다.
또한 변호사·회계사·세무사 등 **특정비금융사업자(DNFBP)**에 대한 AML 의무 도입을 추진한다. 이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핵심 권고 사항으로, 관련 직역단체와 협의를 거쳐 고객확인·의심거래보고 의무 도입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2028년 3월 예정된 FATF 상호평가에 대비해 범부처 합동대응단도 구성·운영한다.
■ 상반기 법 개정 추진…“안전한 금융 국가로”
FIU는 법령 개정이 필요 없는 과제는 즉시 추진하고, 법률 개정 사안은 상반기 중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 제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자금세탁은 더 이상 금융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범죄·가상자산·국제 네트워크가 얽힌 복합 리스크다. FIU의 2026년 로드맵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동결·환수와 예방으로 이어질 때 ‘자금세탁으로부터 안전한 국가’라는 목표도 현실이 될 것이다.
[비즈데일리 장대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