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희선이 공감의 깊이를 더한 연기로 또 한 번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견인했다.
TV CHOSUN 월화미니시리즈 ‘다음생은 없으니까’ 11회에서는 워킹맘이자 경력단절 여성인 조나정의 현실이 보다 날것으로 그려지며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김희선은 일과 가정, 그리고 존엄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의 감정을 절제된 연기로 풀어내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날 방송에서는 나정의 남편 원빈(윤박 분)을 압박해 온 김정식(이관훈 분) 본부장의 성폭행 정황 증거가 드러나며 경찰에 연행되는 전개가 펼쳐졌다. 의식불명 상태였던 피해자 선민이 깨어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고, 나정은 자책에 빠진 선민에게 “그 사람들한테 복수하는 건, 당당하게 살아가는 거야”라는 말로 조용한 위로를 건넸다.
그러나 정의가 실현되는 순간도 잠시, 현실은 다시 냉혹하게 나정을 압박했다. 나정은 자신의 조기 해촉이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지만, 회사는 “조직에 잘 녹아드는 사람을 원할 뿐”이라는 차가운 답을 내놓는다. 더 말하지 못한 채 등을 돌리는 나정의 모습은 김희선의 절제된 눈빛 연기로 깊은 여운을 남겼다.
특히 이날 방송의 정점은 ‘냉장고 앞 오열’ 장면이었다. 다시 주부의 일상으로 돌아온 나정은 냉동실에서 꺼낸 얼린 곰국을 떨어뜨리며 발등을 다친다. 사소한 사고였지만, 그동안 꾹 눌러왔던 좌절과 자책이 한순간에 터져 나왔다.
“너는 왜 이런 것도 못 피해. 왜 이런 것도 못 피해”라며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나정의 독백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현실적인 공감을 안겼다. 김희선은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쌓아 올리며, 경단녀의 무력감과 체념을 밀도 높게 완성했다.
한편 ‘다음생은 없으니까’는 16일 밤 10시 방송되는 12회를 끝으로 종영한다. 해당 작품은 TV CHOSUN 본방송과 함께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시청할 수 있다.
김희선의 연기는 눈물보다 침묵이 더 아플 수 있음을 증명했다. ‘조나정’이라는 인물은 많은 이들의 현실이자 오늘의 초상이다. 이 드라마가 남긴 질문이 쉽게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비즈데일리 장경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