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고물가로 위축된 서민경제를 겨냥해 먹거리·생필품 가격 인상 뒤에 숨은 탈세 행위를 정조준했다. 담합과 독·과점 구조를 악용해 폭리를 취하고 세금을 회피한 기업들에 대해 대대적인 세무조사 성과를 공개하며, 물가 안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 3차 세무조사서 1,785억 원 추징…먹거리 독과점이 핵심
국세청은 2025년 9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담합·독과점, 가공식품·생필품 제조, 농축수산물 유통 등 생활물가 밀접 업종 103개 업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이 가운데 1차 조사(2025년 9월 25일 착수) 결과, 53개 업체를 종결해 탈루 소득 3,898억 원을 적발하고 1,785억 원을 추징했다. 특히 국민 먹거리 분야의 독·과점 업체 3곳에서만 약 1,500억 원의 세금이 추징돼 전체 추징액의 약 85%를 차지했다.
조사 결과 이들 업체는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가격을 손쉽게 인상한 뒤, 늘어난 이익을 특수관계법인으로 빼돌리거나 비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탈세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 장례업체·가공식품사까지…“가격 인상 뒤 탈루”
이번 조사에서는 장례업계의 탈세 사례도 적발됐다. 추모공원을 운영하는 한 장례업체는 이용료를 인상한 뒤 인건비와 수수료를 허위 계상하는 수법으로 5년간 연 매출의 약 97%에 달하는 금액을 탈루한 사실이 확인됐다.
가공식품 제조업체의 탈루 규모도 컸다. 이른바 ‘퇴근길 인기 먹거리’ 제조사는 광고 계약으로 위장해 판매점에 거액의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원재료 구매대행 특수관계법인에 과도한 수수료를 지급해 이익을 분산했다. 이러한 부당 비용은 결국 제품 가격 22.7%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아이들 먹거리’를 만드는 또 다른 업체는 특수관계법인에 물류비를 과다 지급해 이익을 이전했고, 이로 인한 유통비 상승이 가격 25% 인상으로 이어져 학부모 부담을 키웠다.
■ 4차 세무조사 착수…설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 정조준
국세청은 설 명절을 앞두고 4차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가격 담합·독과점 가공식품 제조업체 6곳 ▲농축산물 유통·생필품 제조업체 5곳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3곳 등 총 14개 업체를 대상으로 하며, 이들의 탈루 혐의 금액은 약 5천억 원에 달한다.
특히 검찰 수사 결과 담합 혐의로 기소된 밀가루 가공업체와, 물가 안정을 위해 도입된 할당관세 제도를 악용한 수입·유통업체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담합과 독·과점 구조를 이용해 가격을 올리면서도 정당한 세금을 회피한 기업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검찰과 공조해 즉각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상시 대응 체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 “물가 안정은 선택 아닌 책무”
국세청은 앞으로도 밀가루·설탕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가공식품 업종과 생필품 제조·유통 분야에 대해 지속적인 세무 검증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할당관세 혜택을 받으면서도 가격 인하 효과를 소비자에게 돌리지 않은 업체 역시 엄정 대응 대상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가격 담합과 폭리로 서민 부담을 키우면서 세금까지 회피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물가 안정을 통해 국민이 삶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물가의 원인이 모두 기업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담합과 탈세로 가격 인상을 정당화하는 행태는 분명히 선을 넘었다. 이번 국세청의 강도 높은 조사와 추징이 ‘보여주기식 단속’에 그치지 않고,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비즈데일리 장대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