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시민의 외로움을 전담하는 행정조직 ‘외로움돌봄국’을 공식 출범시키며, 외로움을 개인 문제가 아닌 도시가 책임져야 할 사회적 위험으로 규정했다.
인천시는 지난 9일 외로움돌봄국을 전격 가동했다. 노인, 청년, 1인 가구, 자살 예방 등으로 흩어져 있던 정책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 예방–발굴–연결–돌봄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조직 신설을 넘어, 외로움에 대응하는 행정의 방식 자체를 바꾸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 사후 지원 아닌 ‘관계 개입’…외로움 정책의 방향 전환
인천시의 접근법은 기존 복지정책과 결이 다르다.
그동안 외로움은 위기 상황이 발생한 뒤 상담과 지원으로 대응해왔다. 필요하지만, 이미 관계가 끊어진 뒤의 사후 처방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인천시는 외로움을 개인의 성향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가구 구조 변화·노동 환경·지역 공동체 약화가 누적된 사회적 결과로 봤다.
이에 외로움을 결핍이 아닌 ‘관계의 붕괴’ 문제로 재정의하고, 관계가 끊어지기 전 개입하는 구조를 정책의 중심에 두었다.
정책의 출발점도 달라졌다.
‘누가 지원 대상인가’보다 **‘사람이 다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핵심 질문이다.
■ 24시간 상담콜·마음지구대…상담은 끝이 아니라 시작
외로움돌봄국이 추진하는 17개 사업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24시간 외로움 상담콜이다.
단순 위기 대응 창구처럼 보이지만, 목적은 상담 자체가 아니다.
외로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말하는 순간, 행정과 지역사회가 동시에 움직이도록 설계됐다.
상담을 통해 위험 신호가 감지되면 즉시 정신건강, 복지, 지역 자원으로 연계된다.
누구든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공간 정책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폐파출소를 활용한 **‘마음지구대’**는 전통적인 복지시설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지웠다.
카페처럼 머물 수 있는 공간, 조용한 상담실, 소모임 활동 공간을 결합해 **‘찾아가 상담받는 곳’이 아니라 ‘머물다 보면 관계가 생기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 청년·중장년까지 포괄…‘다시 사회에 속해 있다는 감각’
청년과 중장년을 위한 **‘Link Company(아이 링크 컴퍼니)’**도 같은 맥락이다.
가상회사를 통해 출퇴근, 과제 수행, 소통을 경험하도록 설계된 이 프로그램은 취업 지원보다 앞서 사회에 다시 소속돼 있다는 감각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역 상점과 연계한 ‘가치가게’, 누구나 부담 없이 들러 식사하고 머물 수 있는 ‘마음라면’ 사업 역시 관계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정책은 개입하지만, 관계는 시민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도록 했다.
프로그램 참여자는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지역에서 소비하고 관계를 맺는 주체가 된다.
■ 외로움은 특정 계층 문제가 아니다…통계가 보여준 경고
인천시의 선택은 명확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했다.
2024년 기준 인천의 1인 가구는 41만2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2.5%를 차지한다. 5년 만에 26% 이상 증가했다.
혼자 사는 삶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닌 도시의 기본 구조가 됐다.
같은 해 인천의 자살 사망자는 935명, 하루 평균 2.6명에 달한다.
고독사는 260명으로, 특히 50~60대 남성 비중이 높다.
이 수치의 공통된 배경에는 장기간의 고립과 외로움이 자리한다.
고립·은둔 청년도 약 **4만 명(청년 인구의 5%)**으로 추정된다.
고령층 역시 1인 가구 여부와 관계없이 외로움 고위험군 비율이 높다.
인천시는 외로움을 방치할수록 사회적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고 판단했다.
■ “외로움은 사회의 책임”…도시가 관계를 설계한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외로움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며 “공공과 민간이 역할을 나누고 협력해 시민 누구나 안전하고 따뜻하게 연결되는 도시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외로움돌봄국은 단순한 복지 조직이 아니다.
도시가 관계의 조건을 설계하겠다는 행정 실험이자, 한국 사회가 직면한 고립 문제에 대한 선제적 답변이다.
외로움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장 먼저 사회의 균열을 드러내는 신호다. 인천의 선택은 ‘도와주는 행정’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다시 잇는 행정으로의 전환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실험이 일회성 정책이 아니라, 도시의 기본 기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비즈데일리 이성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