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가 원자력산업을 국가 주력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소형모듈원자로(SMR) 육성 전략을 공식화하며 정부에 전폭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경남도는 원전산업의 재도약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산·학·연 의견 수렴을 거쳐 SMR을 중심으로 한 중장기 산업 전략을 마련했다.
■ 전력 수요 급증…원자력·SMR 재조명
디지털 전환 가속과 데이터센터 확대로 국내 1인당 전력 소비량은 지난 20년간 약 1.7배 증가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출력 변동성이 한계로 지적되면서, 안정적인 무탄소 에너지원인 원자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대형 원전의 단점을 보완할 대안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부상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127종 이상의 SMR이 개발 중이며, 2040년에는 시장 규모가 약 63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SMR은 일체형 구조와 피동 안전계통을 적용해 안전성이 높고, 모듈화 공법을 통해 공기 단축이 가능하다. AI·데이터센터, 수소 생산, 해수 담수화 등 활용 분야도 넓다.
■ 1조8천억 원 규모 ‘SMR 글로벌 육성 전략’ 제안
경남도는 산·학·연 간담회와 한미 원자력산업 협력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총 1조8천억 원 규모의 ‘SMR 글로벌 육성 전략’**을 수립해 정부에 건의했다.
이 전략은 4대 전략, 10대 핵심과제, 17개 세부과제로 구성되며, ▲글로벌 SMR 제조시장 점유율 60% 달성 ▲SMR 제작기간 80% 단축 ▲SMR 제조·검사 기술 완전 자립 ▲SMR 강소기업 100개 육성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 경남도가 정부에 건의한 7대 핵심 과제
경남도는 SMR 산업 육성을 위해 다음과 같은 7가지 사항을 정부에 제안했다.
먼저 SMR 특별법 제정이다. 경남은 지역 국회의원과 협력해 법안 제정을 지속 건의해 왔으며, 지난 10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는 성과를 거뒀다. 도는 특별법이 투자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전문 인력의 해외 유출을 막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SMR 제조 전환을 위한 대규모 투자 지원이다. 원전산업 성장펀드 기준 완화, 국가전략기술 지정 등 세제·재정 지원을 통해 기업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 번째는 SMR 산업 특화단지 조성이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소부장 특화단지, 기회발전특구 등을 연계해 산학연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맞춤형 산업 거점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제조공정 혁신에 대한 대규모 정부 지원이다. 설계·제작·시험·운영 전주기에 AI 기술을 접목해 ‘AI를 위한 SMR’과 ‘SMR을 위한 AI’가 결합된 플랫폼 구축도 함께 제시했다.
다섯 번째는 부처별로 흩어진 규제·인증체계의 조기 일원화다. 명확한 정책 방향 제시가 산업 혁신과 합리적 규제 개선의 전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여섯 번째는 한미 원자력산업 협력 강화다. 산업 협의체 구성, 성장지원 펀드 조성, 규제기술 공동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과 핵연료 공급망 안정화를 도모하자는 제안이다.
마지막으로 SMR 특화 전문인력 양성이다. 석·박사급 인재를 위한 원자력 전문대학원 설립과 함께, 현장 즉시 투입이 가능한 실무형 교육 프로그램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 “경남은 SMR 최적지”…제조 중심 생태계 자신
경남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중심으로 340여 개 원전 관련 기업이 집적된 국내 최대 원전 제조 거점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기술력과 공급망을 갖춘 지역으로, 글로벌 SMR 산업 육성의 최적지로 평가받는다.
도는 이를 바탕으로 ‘SMR 기술개발 및 원전산업 정상화’를 핵심 도정과제로 선정하고, 총 2조5,970억 원 규모의 원전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김명주 경남도 경제부지사는 “경남은 제조 중심의 SMR 산업 생태계를 완성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준비가 돼 있다”며 “기술·제도·금융·인력·수출을 아우르는 전주기 지원을 통해 경남을 대한민국 SMR 산업의 중심이자 세계적 제조 허브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SMR은 에너지 전환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미래 카드다. 경남의 전략이 정부 정책과 맞물려 실행력으로 이어진다면, 대한민국 원자력 산업의 무게중심은 분명 남쪽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비즈데일리 장대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