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를 포함한 4개 특별자치시·도가 긴급 회동을 갖고 ‘3특·행정수도 특별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강력히 촉구했다. 최근 광역 행정통합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먼저 제도 전환에 나섰던 특별자치시·도가 정책 논의에서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행보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 김진태 강원도지사,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 고용균 제주특별자치도 부지사는 8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대한민국특별자치시도 행정협의회 간담회를 열고 공동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이번 간담회는 국회에서 ‘행정통합 특별법’ 논의가 본격화되며, 상대적으로 먼저 출범한 특별자치시·도 관련 법안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참석자들은 특별자치시·도의 제도적 성과와 정책적 위상이 희석돼서는 안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김관영 지사는 “광역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과정에서 특별자치시·도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며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은 거대 경제권 중심의 ‘5극’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무리 강력한 성장 축이 있어도, 그 힘을 국토 전반으로 분산시키는 특별자치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국가는 균형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김 지사는 완주·전주 통합을 언급하며 “이는 전북의 중추도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광역 행정통합에 논의되는 대규모 재정 지원과 인센티브가 특별자치시·도에도 동일한 수준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건의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보다 직설적인 문제 제기를 이어갔다. 그는 “특별법을 개정할 때마다 반복되는 국회 통과 난맥상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행정통합 인센티브로 거론되는 20조 원 지원이 과연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공기관 이전 논의와 관련해서도 “국토균형발전의 핵심 쟁점을 선물처럼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별자치시·도에 대한 명확한 지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정부 지원의 불균형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통합특별시에 연간 5조 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은 세종시 전체 재정 규모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라며 “이는 지역 간 격차를 더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중앙부처 이전 논의에 대해서는 “행정수도의 지위를 흔드는 위험한 시도”라며 강한 선을 그었다.
김관영 공동회장은 “특별자치시·도가 한목소리로 뜻을 모은 만큼, 특별법 심사 지연에 적극 대응하며 끝까지 공동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4개 특별자치시·도는 지난달 공동성명서를 통해 ‘행정통합 특별법과 3특·행정수도 특별법의 동시 처리’를 요구한 데 이어, 최근 국회에서 입법 촉구 결의대회를 여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행정통합이든 특별자치든,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균형’이다. 먼저 길을 닦아온 특별자치시·도가 제도 전환의 성과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향후 어떤 지역도 선제적 개혁에 나서기 어려워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 아닌 형평과 신뢰의 정치다.
[비즈데일리 최진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