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의 평균 수명이 사상 처음으로 90세를 넘어섰다(보험개발원, 2024). 길어진 생애는 축복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평균 폐경 나이 49.7세를 기준으로 보면, 여성은 무려 40년 가까운 시간을 여성 호르몬이 급격히 줄어든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
이 변화는 단순히 월경의 종료가 아니라, 여성 건강의 균형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여성 호르몬 감소는 혈관·심장·뇌·뼈·관절·지방대사 전반에 영향을 미쳐 당뇨, 골다공증, 심뇌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다. ‘여성 호르몬 격차 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 갱년기 열감·안면홍조, 단순 증상이 아니다
폐경 이후 난소 기능이 저하되면 열감, 안면홍조, 불면, 우울감, 심계항진 등이 동시에 나타난다. 문제는 이 증상들이 일시적 불편에 그치지 않고, 심뇌혈관 질환의 전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57세의 이상심 씨는 갱년기 이후 열감과 발한 증상을 겪은 뒤 뇌경색과 협심증을 진단받아 스텐트 시술과 재활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부산에서 식당을 운영해온 58세 신란 씨 역시 고혈압·고지혈증·당뇨를 시작으로 뇌대동맥류, 심근경색, 갑상선암까지 겪으며 세 차례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 두 사람 모두 “갱년기가 시작된 이후 몸이 급격히 무너졌다”고 말한다.
■ 여성 호르몬 감소, 뼈·관절을 먼저 흔든다
여성 호르몬은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와 뼈를 분해하는 파골세포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다. 폐경 이후 이 균형이 무너지면 골밀도 감소와 골다공증 위험이 급격히 커진다.
또한 관절 연골과 인대, 근육을 보호하는 기능도 약화돼 관절염 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
56세 손성애 씨는 갱년기 이후 골다공증과 관절염 진단을 받고, 30년 넘게 일해온 어린이집 원장직을 내려놓았다. 손의 경직, 극심한 통증, 상반신 열감까지 겹치며 일상 자체가 버거운 상태다. 그녀의 하루는 병원 방문으로 시작된다.
■ 활기찬 노년의 열쇠, ‘호르몬 수용체’에 주목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서울에서 스피닝센터를 운영하는 57세 석미진 씨는 갱년기 당시 체중 증가, 관절염, 신경통, 불면, 무기력을 겪었지만, 현재는 고강도 운동도 소화하는 체력을 회복했다.
그녀는 “갱년기를 방치하지 않고, 운동과 생활 관리에 집중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여성 호르몬 자체뿐 아니라, 체내 호르몬 수용체의 기능을 유지·활성화하는 접근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식물 유래 성분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 성분은 해외에서 오랜 기간 임상 현장에서 활용돼 왔다.
오는 18일 방송되는 **MBC 다큐프라임 ‘내 몸을 지키는 법!? 여성 호르몬을 깨워라’**는 완경 이후 여성 건강의 핵심 변수인 여성 호르몬의 역할, 그리고 백세 시대를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관리 전략을 심층적으로 조명한다.
여성의 수명은 길어졌지만, 건강 수명은 아직 과제다. 갱년기는 피할 수 없는 변화가 아니라, 준비와 관리로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전환점임을 이번 이야기가 다시 한번 일깨운다.
[비즈데일리 장경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