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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러브 미’ 서현진, 얼어붙은 마음이 녹기까지…사랑의 시험대

 

러브 미에서 얼어붙어 있던 서현진의 마음이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다. 외로움도, 사랑도 애써 외면해 왔던 인물 서준경이 스스로를 마주하며 변화의 문턱에 들어선 것. 다시 시작된 연애가 과연 온전히 이어질 수 있을지, 시청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JTBC 금요시리즈 ‘러브 미’(연출 조영민, 극본 박은영·박희권)는 겉보기엔 부족함 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내면에는 깊은 공허를 품은 산부인과 전문의 서준경의 이야기를 그린다. 서현진이 연기하는 준경은 ‘워너비 인생’이라는 가면 뒤에서 외로움에 잠식된 인물이다.

 

7년 전 어머니 김미란(장혜진)의 사고 이후, 죄책감과 후회 속에서 가족과의 관계를 스스로 끊어낸 준경은 누구와도 깊은 인연을 맺지 못한 채 살아왔다. 괜찮은 척, 혼자인 게 편한 척하며 자신을 고립시켰지만, 엄마의 죽음을 계기로 삶은 서서히 균열을 맞기 시작했다.

 

그 상처를 가장 먼저 알아본 이는 옆집 남자 주도현(장률)이었다. 다가오는 도현을 본능적으로 밀어내던 준경은, 결국 혼자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랑을 부정해 왔던 마음을 인정하게 된다. 그렇게 그는 다시 사랑해 보겠다는 용기를 낸다.

 

도현과 함께한 일상은 준경의 삶을 눈에 띄게 바꿔 놓았다. 늘 어둡던 집에는 음식 냄새가 스며들고, 건조대에는 빨래가 걸렸으며, 두 켤레의 신발과 두 개의 칫솔이 나란히 놓였다. 친구 부부와의 더블 데이트까지, 준경은 처음으로 ‘사람 사는 삶’을 누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도현에게 아들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왔다. 배신감에 휩싸인 준경은 사정조차 듣지 않은 채 도현을 밀어냈고, 짧은 이별이 이어졌다. 하지만 먼저 연락한 쪽도, 다시 달려오는 도현을 보며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쪽도 준경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사랑하고 있다는 자각은 다시 만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됐다.

 

이 변화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다. 상실 이후 스스로를 외로움 속에 방치했던 삶에서 벗어나 다시 살아보겠다는 선택, 그 자체가 준경의 성장 서사다. 서현진은 흔들리는 눈빛과 멈칫하는 호흡만으로 이 미묘한 감정의 결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제 준경 앞에는 또 하나의 선택이 놓여 있다. 스무 살에 헤어진 연인이 낳아 독일에서 자란 도현의 아들 다니엘(문우진)이 14년 만에 아버지를 찾아 한국에 온 것. 오는 1월 2일 방송될 5·6회에서는 준경과 다니엘의 만남이 예고되며, 다시 시작된 사랑이 시험대에 오를 것을 암시했다.

 

차갑던 겨울의 끝자락에서 피어나는 온기처럼, ‘러브 미’는 상실 이후의 삶과 사랑이 어떤 선택으로 이어지는지를 섬세하게 묻는다. 이 작품은 요세핀 보르네부쉬(Josephine Bornebusch)가 창작한 동명의 스웨덴 오리지널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며, 호주 BINGE/FOXTEL에서도 ‘Love Me’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된 바 있다.

 

‘러브 미’는 매주 금요일 밤 8시 50분 JTBC에서 2회 연속 방송된다. 일본에서는 U-NEXT, 미주·유럽·오세아니아·중동·아시아 및 인도 지역에서는 Rakuten Viki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들과도 만나고 있다.

 

‘러브 미’가 특별한 이유는 사랑을 말하면서도 상실 이후의 삶을 먼저 바라보기 때문이다. 서현진이 쌓아 올린 준경의 시간은, 사랑보다 먼저 자신을 다시 살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로 오래 남는다.

[비즈데일리 장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