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서울특별시가 광화문 광장에 추진 중인 ‘감사의 정원’ 조성 사업에 대해 법령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공사 중지 절차에 착수했다. 중앙정부가 서울시의 상징 공간 조성 사업에 공식 제동을 건 만큼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 국토부, ‘감사의 정원’ 공사 중지 사전 통지
국토교통부는 2월 9일, 서울시가 추진 중인 ‘감사의 정원’ 사업이 국토계획법과 도로법을 위반한 채 진행됐다고 판단하고, 행정절차법 제21조에 따라 ‘공사 중지 명령’ 사전 통지를 서울시에 전달했다.
이번 조치는 국회와 언론 등에서 사업 절차의 적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17일 자료 제출을 요구한 이후, 전문가 회의(학계·연구원·업계 관계자 8명 참여) 2차례 개최, 현장 점검(1월 27일), 서울시 관계자 질의응답(1월 28일) 등을 거쳐 위법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 광화문 한복판에 조형물·지하 전시공간 조성 계획
‘감사의 정원’은 광화문 광장 내 세종대로 172 일대에 조성되는 시설로, 해당 부지는 도시계획시설상 도로와 광장으로 중복 지정된 공간이다.
사업 내용은 지상에 높이 약 7m 규모의 상징 조형물 22기를 설치하고, 지하에는 기존 차량 진출입 램프를 개보수해 미디어월 등을 갖춘 전시공간(감사의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사업 기간은 2024년 4월부터 2026년 4월까지로 계획돼 있으며, 실제 착공은 2025년 9월로 예정돼 있다.
서울시는 당초 대형 태극기와 ‘꺼지지 않는 불꽃’ 조형물 등을 구상했으나, 2025년 1월 공모를 거쳐 현재의 사업안을 확정했다. 이후 일부 계획을 변경해 종로구청으로부터 도로점용허가와 공작물 축조 신고를 받은 뒤 공사에 착수했다.
■ 국토부 “도시계획 절차 핵심 단계 누락”
국토부는 이번 사업이 도시계획시설 부지에서 진행되는 만큼 국토계획법 준수 여부를 중심으로 위법성을 판단했다.
▷ 지상 조형물…실시계획 변경·고시 미이행
국토계획법에 따르면 도시계획시설에 조형물을 설치할 경우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 변경과 고시가 필수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이미 조성이 완료된 시설의 기능 개선이라는 입장이지만, 국토부는 “단순 보수·관리 수준을 넘어 새로운 공작물을 설치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실시계획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 지하 공간…도시관리계획·개발행위 허가 누락
지하 전시공간 역시 문제가 됐다. 도시계획시설 부지에는 원칙적으로 다른 시설 설치가 불가능하며, 예외적으로는 개발행위 허가와 도시관리계획 변경이 선행돼야 한다.
국토부는 서울시가 도로점용허가만으로 사업을 추진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하상가는 도로법 시행령상 별도의 적용 조항이 필요하며, 도로와 광장 모두에 대한 도시관리계획 및 실시계획 변경, 개발행위 허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주민 의견 수렴, 재해영향평가 등 필수 행정 절차도 함께 누락됐다는 게 국토부의 결론이다.
■ “절차 이행 전까지 공사 중지”…서울시 의견 청취
국토부는 국토계획법 제133조에 따라 관계 법령 절차를 이행할 때까지 공사를 중지하겠다는 방침을 서울시에 사전 통지하고, 2월 23일까지 의견 제출 기한을 부여했다.
아울러 공사 중지 기간 동안에도 광화문 광장과 인근 행사 방문객의 안전을 위해 안전 펜스 설치, 출입 동선 분리, 안전요원 배치 등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광화문은 단순한 도시 공간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상징적 공공자산이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사업이라도 절차를 생략한 채 추진된다면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이번 논란이 ‘속도보다 원칙’이라는 공공사업의 기본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비즈데일리 유정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