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이 추진 중인 장학사업기금 500억 원 조성 사업이 2025년 말 기준 234억 원을 돌파하며, 지역이 함께 아이를 키우는 교육 공동체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도 해남군은 ‘아이 한 명의 성장이 곧 지역의 미래’라는 인식 아래 군민·행정·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인재 육성의 토대를 차근차근 다져가고 있다.
■ “교육과 돌봄, 지역이 함께 책임진다”
해남군은 이제 교육과 돌봄을 가정의 몫으로만 두지 않는다. 개별 가정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지역 공동체가 함께 나누고, 아이 한 명 한 명을 해남의 미래 자산으로 키워내겠다는 철학이 장학사업기금이라는 제도적 장치로 구현되고 있다.
장학사업기금은 1997년 조례 제정을 통해 첫발을 뗐다. 당시에는 지역 인재 육성의 필요성에 공감한 군민과 향우들의 기탁금, 군 전출금이 중심이 됐다. 이후 20여 년간 약 100억 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급변하는 교육환경과 미래 교육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 500억 원 목표 설정…범군민 참여 운동으로 확장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해남군은 2021년 ‘장학사업기금 500억 원 조성’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세우고 기금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032년까지 500억 원을 조성한다는 계획 아래, 단순한 행정 사업이 아닌 범군민 참여 운동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명현관 군수의 급여 전액(5억9,000만 원) 기탁, 일부 공직자들의 급여 정기 기탁, SBS 기후환경대상 수상 포상금 환원 등 상징적 사례가 이어지며 공감대가 행정 내부를 넘어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
■ 교육재단 출범…기금 ‘순수 적립’ 구조로 전환
기금 운용 방식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해남군은 2023년 7월 해남군교육재단을 출범시키며 장학사업기금 구조를 전면 개편했다.
그동안 장학금과 각종 교육지원사업이 기금에서 함께 집행되며 안정성이 낮았던 구조를 개선해, 재단 출범 이후에는 장학금과 교육사업 예산을 별도로 편성했다.
이에 따라 장학사업기금은 지출 없는 순수 적립에 집중할 수 있게 됐고, 미래 세대를 위한 안정적 교육 재원으로서의 역할이 한층 강화됐다.
■ 234억 원 돌파…안정적 성장 구조 구축
제도 개선과 군민들의 지속적인 참여에 힘입어 기금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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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57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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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94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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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말 기준 234억 원
해남군은 매년 약 30억 원의 일반회계 전입금을 적립하고, 군민·기업·단체의 자발적 기탁을 통해 연간 4~5억 원이 추가로 조성되는 안정적 구조를 구축했다.
■ 기업·단체·군민이 함께 만든 ‘기금의 힘’
2025년 한 해 동안 장학사업기금 조성에는 지역 기업과 단체, 군민 개개인의 참여가 큰 힘이 됐다. 여러 지역 기업들이 수년간 지속 기탁을 이어오며 누적 기탁액을 확대했고, 금융기관과 협동조합, 산업단체들도 동참해 지역 경제 주체들이 인재 육성의 책임을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정기 자동이체 기부, 장학금 수혜자가 취업 후 첫 급여를 기탁하는 사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기부 등은 ‘일회성 나눔’을 넘어 생활 속 기부 문화로 확산되고 있다.
개인과 단체의 누적 기탁 사례는 장학사업기금이 단순한 모금 사업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사회적 자산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 장학금 넘어 평생교육까지…교육재단 역할 확대
해남군교육재단은 매년 400여 명의 장학생을 선발해 성적 우수 학생뿐 아니라 예체능 특기생, 만학도까지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
또한 평생학습 강좌, 성인 문해교육,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생애주기별 교육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2024년에는 교육부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으로 지정되며, 지역 특성과 수요를 반영한 교육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확보했다.
■ 지역 산업과 연계한 인재 양성 가속
해남군은 장학사업기금과 교육재단, 교육발전특구를 바탕으로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한 인재 양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남공업고등학교는 마이스터고 전환을 모색하며 군과 협약을 체결했고, AI·에너지 등 지역 전략산업에 맞춘 현장 중심 실무형 인재 양성에 나설 계획이다.
해남군은 AI컴퓨팅센터, 데이터센터, RE100 국가산업단지 조성으로 관련 인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AI·에너지 수도 해남’을 뒷받침할 인재 양성 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 “500억은 숫자가 아닌 과정”
명현관 해남군수는 “장학사업기금 500억 원 조성은 단순한 목표 수치가 아니라, 해남의 미래를 지역 스스로 준비해 가는 과정”이라며 “기탁에 동참해 주신 군민과 향우, 기업과 단체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리고,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꿈을 키워 다시 지역으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해남군 장학사업기금은 이제 ‘장학금 통장’이 아니다. 아이의 성장을 지역의 미래로 바라보는 공동체적 합의이자, 교육을 통해 지역을 살리겠다는 집단적 선택이다. 땅끝 해남에서 시작된 이 실험이 지방 소멸 시대를 넘어서는 교육 기반 지역 모델로 완성될지 주목된다.
[비즈데일리 장대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