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으로 인해 수일 내 치료제를 투여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들이 2주 넘게 심사 결과를 기다려야 했던 ‘사전승인 심사제도’가 대폭 개선된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유철환)는 초응급 희귀질환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심사 기간 단축과 절차 간소화를 포함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권고했다고 17일 밝혔다.
■ “약은 있는데, 쓸 수 없었다”…2주 기다리던 ‘사전승인 심사’ 개선
현재 고가의 약물 사용을 관리하기 위해 운영 중인 ‘사전승인 심사제도’는 1992년 도입돼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고가 치료제의 사용을 승인받는 절차로, 결과 통보까지 평균 2주 이상이 소요돼 왔다.
이로 인해 치료 시점을 놓칠 경우 **평생 신장 투석이 필요하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aHUS)’**과 같은 초응급 희귀질환 환자들이 “약은 병원에 있는데 쓸 수 없다”는 안타까운 상황을 겪어야 했다.
환자단체들은 이 같은 제도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며 지속적인 개선을 요구해왔다.
■ 초응급 희귀질환, ‘48시간 패스트트랙 심사’ 신설
권익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첫째, **생명이 위급한 ‘초응급 희귀질환’**을 별도로 지정·관리하고, 이 환자들에 대한 사전승인 심사는 ‘패스트트랙(Fast-Track)’ 경로를 신설해 접수 후 48시간 이내 결과를 통보하도록 했다.
또한 응급 상황 발생 시 즉시 심사 절차가 가동될 수 있도록 온라인 기반 상시 심사시스템을 구축하도록 복지부와 심평원에 권고했다.
이를 통해 ‘48시간 내 승인 → 즉시 투약’이 가능한 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 외부 전문가 참여·서류 간소화…의료진 부담 완화
둘째, 권익위는 심사 절차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내부에 ‘희귀질환 약제 심사위원회(가칭)’를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이 위원회에는 질환별 최고 전문의, 환자단체 대표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해 사전승인 심사 과정에서 전문적 판단과 환자 입장을 함께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복잡하고 방대한 사전승인 신청 서류를 간소화해 의료진이 행정 절차보다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 지역 간 진료 격차 해소…‘희귀질환 전문의료기관’ 확대 추진
셋째, 지방 환자들이 희귀질환 진단을 위해 서울 상급병원으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권익위는 단기적으로 지역 전문의료기관 지정 확대, 장기적으로는 ‘병원별 기능 및 역할 세분화’ 방안 마련을 질병관리청에 제안했다.
이를 통해 지역에서도 희귀질환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도록 전국 단위의 의료 인프라를 균형 있게 확충할 계획이다.
■ 유철환 위원장 “국민 생명 보호를 위한 구조적 혁신 지속할 것”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은 “이번 제도개선은 단순한 행정절차의 단축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겠다는 약속”이라며 “앞으로도 사전승인 심사처럼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제도가 본래의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근본적 구조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선은 ‘행정 효율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서류 중심의 절차가 환자의 생명을 가로막던 구조에서, ‘신속 심사·현장 중심·환자 생명 우선’이라는 원칙으로의 전환이 시작됐다. 이는 희귀질환 환자뿐 아니라, 앞으로의 의료 행정 전반에 새로운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데일리 유정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