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 기업에 대한 제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과징금 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형벌 정비’ 정책과 맞물려, 형벌을 줄이는 대신 과징금 부과 한도를 대폭 상향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공정위는 이번 개편을 통해 국내 제재 수준을 EU·미국 등 해외 주요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반복 위반 기업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도 강화할 방침이다.
■ 31개 위반유형 대상…“형벌 폐지해도 제재 약화되지 않게”
이번 조치의 대상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하도급법 위반, 가맹사업법상 정보공개서 미준수, 대리점법상 이익제공 강요 등 총 31개 위반유형이다.
공정위는 그동안 형벌 규정이 존재했지만 실제 적용 빈도가 낮거나, 과징금 수준이 낮아 실질적인 억지 효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형벌은 폐지하되 과징금 한도를 현행보다 2~5배 이상 상향하거나 신규 도입하여 법 위반 억지력을 유지하기로 했다.
■ 시장지배 남용 6% → 20%…불공정행위 10%까지 상향
우선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의 과징금 한도는 현행 관련매출액의 6%에서 20%로 상향된다. 이는 유럽연합(EU) 등 해외 기준에 비해 과도하게 낮았던 국내 한도를 글로벌 수준으로 맞추기 위한 조치다.
또한, 담합(카르텔) 행위의 경우, 국민 부담을 키우는 대표적인 불공정 사례로 꼽히는 만큼, 과징금 상한을 20%에서 30%로 인상해 처벌 강도를 강화한다.
디지털 시장 등에서의 불공정행위 역시 과징금 한도를 **4% → 10%**로 높여,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에 대한 실질적 제재를 가능하게 했다.
■ “기만 광고·전자상거래 위반도 강력 제재”
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해서는 과징금 상한을 2%에서 10%로 대폭 인상한다.
이는 생명·안전을 위협하는 거짓·과장 광고나 온라인상 기만적 홍보 행위를 엄중히 다루기 위한 조치다.
전자상거래법 위반의 경우도 기존에는 영업정지에 갈음하는 형태로만 과징금이 부과되어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에 따라, 향후에는 위반의 중대성에 따라 표시광고법 수준(최대 10%)의 과징금을 직접 부과할 수 있도록 개정된다.
■ 정액 과징금도 현실화…“부당지원 40억 → 100억 상향”
공정위는 매출액 기준 산정이 어려운 경우 적용되는 정액 과징금 한도도 상향한다.
예컨대 부당지원행위는 지원금액 산정이 어려울 때 최대 40억 원까지만 과징금이 부과됐지만, 앞으로는 최대 100억 원까지 상향된다.
이는 단순한 금전제재를 넘어 위반행위의 경제적 이득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환수하여, 불공정거래의 유인을 원천 차단하려는 목적이다.
■ 반복 위반 시 과징금 최대 2배까지 가중
재발 방지 효과를 높이기 위한 가중처벌 기준도 강화된다.
현재는 동일 위반이 한 차례 반복될 경우 10%만 가중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개정 이후에는 1회 반복만으로도 최대 50%, 다수 반복 시 최대 100%까지 가중이 가능해진다.
■ 내년 상반기 국회 발의…“실질적 제재 체계 구축”
공정위는 과징금 제도 개선안이 내년 상반기 중 국회에 발의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또한, 세부 기준을 담은 시행령 및 고시 개정도 같은 시기에 완료할 계획이며, 해외 제도 비교 연구용역을 통해 현행 제도의 구조적 한계도 보완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개편은 형벌을 완화하면서도 실효적인 제재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며 “시장 질서 확립과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형벌 중심의 제재에서 경제적 제재 중심의 공정거래 질서로 이동하는 이번 변화는 단순한 제도 조정이 아닌 시장 감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할 만하다. 과징금이 ‘벌금’이 아닌 ‘경고’로 끝나지 않도록, 향후 적용 과정의 투명성과 일관성 확보가 핵심이 될 것이다.
[비즈데일리 유정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