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비접촉 교통사고’를 일으킨 후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운전자에 대해 운전면허 취소 처분이 정당하다는 행정심판 결정이 내려졌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이하 중앙행심위)**는 최근 비접촉 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하고도 구호나 신고를 하지 않은 운전자 ㄱ씨의 행정심판 청구를 기각했다고 30일 밝혔다.
■ 접촉 없어도 사고 인지 가능했다… “면허 취소 적법”
사건은 ㄱ씨가 1차로에서 주행 중 방향지시등 없이 2차로로 진로를 변경하면서 발생했다. 이때 2차로를 달리던 오토바이 운전자는 이를 피하려다 급제동했고, 결국 넘어지면서 3주간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입었다.
피해자는 200만 원이 넘는 물적 피해까지 입었지만, ㄱ씨는 구호조치나 경찰 신고 없이 현장을 이탈했다. 이에 관할 경찰청은 도로교통법 제54조(사고 후 조치 의무) 위반을 이유로 ㄱ씨의 운전면허를 취소했다.
ㄱ씨는 “차량 간 접촉이 없었기 때문에 사고 발생 사실을 몰랐다”며 면허취소가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중앙행심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사고 후 30m 앞 정차·현장 머문 정황 “사고 인지했을 것”
심사 결과, ㄱ씨는 사고 후 30미터 앞에 차량을 정차한 뒤 현장으로 돌아와 피해자의 오토바이를 세우고 약 2분간 머물다 떠난 사실이 확인됐다. 중앙행심위는 이 정황을 근거로 “ㄱ씨는 자신이 원인 제공자임을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즉, 비접촉 사고라도 운전자가 사고 인지 가능성이 있다면 조치 의무를 면제받을 수 없다는 취지다.
■ 도로교통법상 ‘멈추고, 구호하고, 신고’는 운전자의 의무
현행 도로교통법 제54조는 운전자가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사망하게 한 경우 ① 즉시 정차, ② 사상자 구호, ③ 인적사항 제공, ④ 사고 신고 등 ‘4대 기본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운전면허 취소는 물론, 4년간 재취득이 불가하다.
조소영 중앙행심위원장은 “운전자는 사고가 발생하면 반드시 ‘멈추고, 구호하고, 신고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이는 피해자 보호뿐 아니라 운전자 스스로의 법적 불이익을 피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비접촉이라도 ‘내가 원인이 된 사고’라면 책임은 피할 수 없다. 운전자의 기본 의무는 단순한 도로 예절이 아닌 법적 책무이자 생명을 지키는 약속이다.
[비즈데일리 유정흔 기자]













